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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 블로그

2022.09.01.

개발자로서 회사에 들어와서 만 1년이 되기 직전 느낀 점

사무실 모습

첫 개발 회사

첫 개발 회사로 취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취준 생활을 하기 전에 먼저 마음에 들었던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습니다. 이 회사가 그 회사였고, 운이 좋게도 마침 인력이 필요한 타이밍이기도 하고 필자를 좋게 봐주어서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연봉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기업 자회사라서 안정성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의 전신은 스타트업이라서 분위기도 매우 자유로웠습니다.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원만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대화와 토론이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지금 생각해봐도 운이 좋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네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높지는 않은 연봉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개발 중인 제품을 성공으로 이끌어서 연봉도 높여야지! 하는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붉은 벽돌 집의 빨간 문과 노랑 문

분명한 일과 모호한 일

작년에 했던 일들, 즉 입사하고나서 5개월 정도 쯤까지 했었던 일은 프로세스가 좀 더 명확하고, 기능을 요구하는 주체도 분명하고, 목적도 명료했습니다. 분명한 것들이 많은 건 장점입니다. 모호하지 않습니다. 요구하는 주체가 분명하니, 기한과 책임 소재도 분명한 편이었습니다. 절대적이거나 무언가를 정량화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 맞닿아 있는 일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입니다.

지금 팀에서의 일은 좀 더 자유롭습니다. 다른 회사로부터 일감을 얻어오는 게 아니라 회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독립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손쉽게 웹 컴포넌트를 추가할 수 있는 SaaS 제품을 만듭니다. 팀장님과 원온원 미팅을 가지며 팀장님이 좀 더 성향과 맞는 프로젝트를 추천해주신 것을 계기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TMI: 이전 팀장님과 현재 팀장님이 동일함 ㄷㄷ)

이 프로젝트의 오픈 베타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기한과 목적을 모호하게 설정했습니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 설득이 될 만한,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목적, 가설, 프로세스 등을 설정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병목 업무를 며칠 간 붙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픈 베타를 출시하고 나니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들어왔습니다. 미리 생각해뒀던 기능이었지만, 다들 그렇게 그 기능을 찾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던 일들을 잠시 접어두고, 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요구사항들을 중요한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고 곧바로 처리했습니다. 그게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손가락은 계속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명한 일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프로세스가 명확하다는 건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지루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목적이 분명하지만, 내가 설정한 목적은 아니라서 스스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동기부여를 해야 합니다. 목적이 설득된다 하더라도, 그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현 방법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A 방법을 접고 B 방법으로 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필자는 분명한 일에서의 단점을 더 크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모호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비합리적인 행태에 빡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골치아픈 게 더 낫습니다. 일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자유가 너무 좋아요! “자유"라는 말을 갖는 분위기 때문에 좀 오글거리기는 합니다만 여하튼 자유가 좋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대로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의 특성이 나와 잘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맥북하는 사람

블로그

필자는 블로그 글을 쓰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블로그를 방문해서 도움을 얻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낍니다. 고맙다는 댓글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약간 관심종자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글을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적당히 썼을 시절엔 한 달에 2개 정도는 썼던 것 같은데, 최근 6개월 동안 개발 관련 글을 하나도 쓰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너무 핑계 같으니, 에너지가 남아돌지 않았다고 표현할래요. 우선 학기 중에는 강의를 들어야 하니 에너지가 더더욱 없었고, (2022년 상반기 학기에서는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연차를 무려 4일이나 썼습니다.) 최근에는 연애에 시간과 노력과 돈과 마음을 들이붓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모자란 글쓰기 에너지를 전부 끌어다 써버렸습니다. 이 springfall.cc 블로그로 이전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구요.

블로그를 이전할 때에는 욕심이 길을 자주 가로막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블로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next.js 로 블로그를 직접 만들다 보니, 좀 더 블로그를 세련되고 감미롭게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갑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욕심은 마치 핫팩과 같아서 필요할 때 손으로 주무르면서 추위를 달랠 수 있지만,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보면 화상을 입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갉아 먹는 것입니다! 얼마나 무섭습니까… 그래서 앞으로의 목표는 블로그 개발에 있어서 욕심을 줄이자 입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GitHub Issue 도 열심히 작성해보고 있습니다.

ps. 글또 라는 좋은 모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모임에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기는 합니다. 일단 혼자서 파이팅하렵니다.

성장의 기록

최근 “이대로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글을 최근에 쓰지 못해서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기록해두지 않는다고 해서 성장이 멈추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중간의 역사가 다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현재의 모습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를 알 방도가 없어집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쫄딱 망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경험이 몸에 새겨져 있기는 할테지만, 그러한 경험을 더 잘 보존시켜야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림천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

건강

운동 꾸준히 중요합니다. 운동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운동을 해야 멘탈력도 강해집니다. 최근 운동을 잠깐 쉬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게 확확 느껴집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매일 깨닫습니다.